대한민국 아파트 인테리어 시장의 민낯에 대하여
1204디자인 · 인테리어 시장 구조에 대하여
계약서도, 영수증도 없이 오가는 수천만 원.
한 장의 사라진 영수증에서 시작된 피해가
어떻게 사회 전체로 번지는가.
프롤로그
어느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

경기도의 한 아파트. 결혼 8년 차 부부가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지은 지 20년 된 아파트, 대출을 잔뜩 끼고 산 집이지만 그래도 '내 집'이다. 부부는 몇 달 동안 인테리어 앱을 뒤지고, 유튜브를 보고, 커뮤니티 후기를 읽으며 꿈을 키웠다. 화이트 톤의 주방, 아이 방의 붙박이장, 욕실의 새 타일.
견적을 받으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 같은 공사 범위인데 어떤 업체는 4,500만 원을 부르고 어떤 업체는 8,000만 원을 부른다.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자재가 다르다", "저희는 A/S가 확실하다" 같은 말뿐이다. 견적서를 펼쳐 봐도 '목공 일체 1,200만 원', '타일 공사 800만 원' 같은 뭉뚱그린 숫자만 적혀 있다. 어떤 나무를 쓰는지, 어떤 타일인지, 인건비가 얼마인지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계약 직전, 사장님이 슬쩍 말한다.
"현금으로 하시면 부가세 10%는 빼드릴게요."
5,000만 원 공사에서 500만 원. 부부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영수증 한 장과 500만 원을 바꾼 것이다. 이 순간 부부는 몰랐다. 자신들이 방금 서명한 것이 '할인 계약'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는 거래, 법의 보호 바깥으로 스스로 걸어 나가는 계약이라는 것을.
이 장면은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도 전국 수백 곳의 아파트에서 반복되고 있는, 대한민국 인테리어 시장의 가장 흔한 풍경이다. 그리고 이 글은 그 풍경 뒤에 숨어 있는 구조를, 그것이 소비자와 성실한 사업자와 현장 기술자와 국가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01
아무나 차릴 수 있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시장
먼저 이 시장이 어떤 곳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도배·실내장식·내장 목공사 관련 사업체는 전국에 약 6만 7,730곳, 종사자는 약 16만 명이다. 이 가운데 98.8%가 단독사업체이고, 한 업체당 종사자는 평균 2.4명. 쉽게 말해 이 시장은 사장님 한 명과 직원 한두 명으로 굴러가는 초소형 업체 수만 개가 흩어져 있는 시장이다.
문제는 이 시장에 들어오는 문턱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1,500만 원 미만의 경미한 공사는 건설업 등록조차 필요 없고, 실내건축공사업 면허가 필요한 규모의 공사조차 면허 있는 업체 이름만 빌려서 하는 이른바 '면허 대여'가 공공연히 이뤄진다. 어제까지 현장에서 목공 일을 하던 사람이 오늘 명함을 파고 '○○인테리어 대표'가 되는 데 아무런 검증도 필요 없다. 시공 능력, 자본금, 하자보수 능력, 세금 납부 이력, 그 무엇도 확인되지 않는다.
진입이 쉬우면 퇴출도 쉽다. 공사비를 받고 잠적하거나, 하자가 터지면 폐업해 버리고, 몇 달 뒤 배우자나 가족 명의로 새 사업자를 내서 같은 동네에서 다시 영업하는 일이 가능한 구조다. 소비자가 소송에서 이겨 판결문을 받아도, 이미 폐업한 업체에는 받아낼 재산이 없다. 판결문은 종이가 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남는다.
수천만 원, 때로는 억대의 돈이 오가는 거래인데, 중고차 한 대를 사는 것보다도 제도적 안전장치가 허술하다. 이것이 이 시장의 첫 번째 본질이다. 시장의 문은 활짝 열려 있는데, 책임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02
견적서라는 이름의 안개
이 시장의 두 번째 문제는 정보의 극단적인 불균형이다.
소비자는 평생 한두 번 인테리어를 한다. 업체는 매달 여러 건을 한다. 소비자는 타일 한 장의 원가를 모르고, 목수 하루 일당이 얼마인지 모르고, 철거에 며칠이 걸리는지 모른다. 업체는 전부 안다. 이 지식의 격차 위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그 격차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견적서다. 대한민국 인테리어 견적서의 상당수는 '일식(一式)'이라는 마법의 단어로 채워져 있다. 목공 일식, 전기 일식, 설비 일식.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빠졌는지 알 수 없는 뭉텅이 숫자다. 자재는 '국산 최고급', '친환경 등급' 같은 검증 불가능한 수식어로 표기된다. 같은 '강마루'라도 제조사와 등급에 따라 가격이 배 이상 차이 나지만, 견적서에는 그냥 '강마루 시공'이라고만 적힌다.

이 안개 속에서 두 가지 일이 벌어진다.
하나는 바가지다. 원가를 모르는 소비자에게 두 배, 세 배의 가격을 불러도 소비자는 판단할 기준이 없다. 다른 하나는 더 교묘하다. 일단 싼 가격으로 계약을 따낸 뒤, 공사가 시작되면 "이건 견적에 없던 겁니다"라며 추가금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철거를 해보니 벽 상태가 안 좋다, 배관이 낡아서 교체해야 한다, 이 콘센트는 별도다. 이미 집은 뜯어져 있고, 다른 업체를 부를 수도 없는 소비자는 부르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 공사가 절반쯤 진행된 집은 인질이 되고, 소비자는 협상력을 완전히 잃는다.
처음 견적 4,500만 원이 최종 정산에서 6,000만 원이 되는 일은 이 시장에서 '사고'가 아니라 '영업 기법'에 가깝다. 그리고 그 모든 추가 청구가 구두로, 카톡 몇 줄로, 증빙 없이 이뤄진다.
03
"부가세 빼드릴게요"
— 시장 전체를 썩게 만드는 한마디
이제 이 시장의 심장부로 들어간다. 무증빙 현금거래다.
"현금으로 하면 부가세 10% 빼드릴게요"라는 말은 인테리어 상담에서 너무나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이제는 거꾸로 소비자가 먼저 "영수증 필요 없으니 부가세 빼주세요"라고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먼저 짚어둘 것이 있다. 현금 결제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현금을 받아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하고 매출을 신고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증빙을 없애는 조건'으로 가격을 깎아주는 거래다. 이때 깎이는 500만 원은 업체의 이윤이 아니다. 원래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이다. 즉 이 할인은 업체가 양보한 것이 아니라, 업체와 소비자가 국가 몫의 세금을 나눠 갖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거래가 무서운 이유는 단지 탈세라서가 아니다. 증빙이 사라지는 순간, 거래 전체가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세금계산서만 안 끊는 게 아니다. 계약서가 간단해지거나 아예 사라진다. 세부 견적이 남지 않는다. 공사대금은 회사 계좌가 아니라 사장 개인 계좌, 때로는 사장 배우자나 직원 명의 계좌로 쪼개서 입금된다. 왜? 회사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매출이 잡히니까. 소비자는 수천만 원을 어느 개인의 통장에 보내면서도, 그 순간에는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실감하지 못한다.
그리고 문제가 터진다. 마루가 들뜬다. 욕실에서 물이 샌다. 약속했던 자재가 아닌 싸구려가 시공돼 있다. 소비자가 항의하면 업체는 말한다. "그 자재 쓰기로 한 적 없는데요." "그건 견적에 없던 공사입니다." "하자보수 기간요? 그런 약속 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때 소비자 손에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계약서 없음. 세부 견적서 없음. 세금계산서 없음. 현금영수증 없음. 남은 것은 개인 계좌로 보낸 이체 내역과 띄엄띄엄 남은 카톡뿐이다. 이체 내역은 '돈을 보냈다'는 사실만 증명할 뿐, 그 돈으로 어떤 공사를 어떤 자재로 하기로 했는지, 하자보수를 몇 년 해주기로 했는지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다. 소비자는 자기 집 공사의 내용을 처음부터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500만 원을 아끼려다, 수천만 원짜리 공사 전체를 지켜줄 증거를 스스로 태워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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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빙 거래의 가장 위험한 점은 세금을 안 냈다는 사실이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의 권리를 증명할 수단을 잃는다는 데 있다.
04
소비자가 입는 피해
— 돈, 시간, 그리고 삶
소비자가 입는 피해는 생각보다 넓고 깊다. 인테리어 분쟁은 단순한 금전 분쟁이 아니다. '사는 곳'이 무너지는 문제다.
돈의 피해
하자가 발생하면 보수비가 든다. 다른 업체를 불러 재시공하면 원래 공사비에 버금가는 돈이 다시 든다. 공사가 지연되면 이삿날이 밀리고, 임시 거처 비용과 이중 관리비가 나간다. 소송으로 가면 변호사 비용과 감정 비용이 붙는다. 인테리어 하자 소송에서 하자 여부를 판단하는 감정 절차에만 수백만 원이 드는 경우가 흔한데, 계약서와 증빙이 없으면 이 감정조차 '무엇을 기준으로 하자인지'를 정하기 어렵다. 처음 아낀 500만 원은 이 과정 어디쯤에서 이미 사라지고, 손해는 그 몇 배로 불어난다.

시간과 삶의 피해
인테리어 분쟁의 진짜 잔인함은 시간에 있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은 강제력이 없어서 업체가 "못 주겠다"고 버티면 그만이다. 민사소송은 1심까지만 해도 1년 안팎이 걸리고, 그동안 소비자는 들뜬 마루와 물 새는 욕실이 있는 집에서 살아야 한다. 아이 학교 때문에 이사도 못 간다. 매일 퇴근해서 돌아오는 집이, 매일 분노를 상기시키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정신적 피해가 있다. 수개월간 업체와 싸우고, 녹취를 하고, 내용증명을 보내고, 법원을 오가는 동안 소비자의 일상은 잠식당한다. '내 집 마련'과 '새집 꾸미기'라는 인생의 가장 설레는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소모적인 싸움으로 뒤바뀐다. 이 피해는 어떤 판결로도 온전히 배상되지 않는다.
안전의 피해
마지막으로, 가장 이야기되지 않는 피해가 있다. 무자격 시공이 만드는 안전 문제다. 전기 공사가 엉터리로 되면 화재 위험이 생기고, 방수가 부실하면 아랫집 천장이 젖으며, 함부로 벽을 철거하면 건물 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값싼 자재는 새집증후군과 유해물질 문제로 이어진다. 견적서에 '친환경 자재'라고 적혀 있어도, 증빙 없는 거래에서는 실제로 무엇이 시공됐는지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 소비자는 돈만 잃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매일 숨 쉬고 잠드는 공간의 안전을 잃을 수 있다.
05
성실한 사업자가 입는 피해
— 정직할수록 밀려나는 시장
이 시장의 비극은 소비자만 피해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법을 지키는 업체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시장에서 밀려난다.
여기, 법을 지키는 인테리어 업체가 하나 있다고 치자. 이 업체는 부가세를 포함한 견적을 낸다. 직원을 정식으로 고용하고 4대 보험을 넣는다. 자재를 세금계산서 받고 산다. 계약서를 꼼꼼히 쓰고, 하자보수 기간을 명시하고, 그 비용을 가격에 반영한다. 당연히 이 업체의 견적은 비쌀 수밖에 없다.
옆 업체는 어떤가. 매출을 신고하지 않으니 부가세 10%를 통째로 '할인'해 줄 수 있다. 직원 대신 일당 기술자를 무보험으로 쓰니 인건비 부대비용이 없다. 하자보수는 어차피 폐업하면 그만이니 가격에 반영할 필요가 없다. 이 업체의 견적은 시작부터 15~20% 싸다.
소비자 눈에는 두 업체가 같은 서비스를 파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정직한 업체는 아무 잘못 없이 '바가지 씌우는 비싼 업체'가 되고, 탈법 업체는 '착한 가격의 합리적인 업체'가 된다. 품질과 책임으로 경쟁해야 할 시장에서, 세금을 얼마나 잘 숨기느냐가 가격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역선택이다. 나쁜 업체가 좋은 업체를 몰아낸다.
이 상황이 10년, 20년 쌓이면 어떻게 될까. 정직하게 하던 업체도 살아남기 위해 무증빙 거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우리만 바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시장 전체의 도덕적 기준이 바닥을 향해 함께 내려간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인테리어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탈세는 국가만 속이는 행위가 아니다. 정직한 경쟁자의 밥그릇을 빼앗는, 가장 불공정한 경쟁 수단이다.
그리고 이 피해는 업계의 미래로 이어진다. 시장 전체가 '사기꾼 많은 업계'라는 오명을 쓰면서, 소비자는 모든 업체를 잠재적 사기꾼으로 의심하며 상담을 시작한다. 성실 업체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잘못에 대한 불신 비용까지 치르며 영업해야 한다. 우수한 인력이 업계에 들어오지 않고, 산업은 영세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06
보이지 않는 피해자들
— 현장 기술자, 하도급, 그리고 이웃
카메라가 잘 비추지 않는 피해자들이 있다.
현장 기술자
인테리어 현장의 목수, 타일공, 도장공, 전기공. 이들 상당수는 4대 보험 없는 일당 노동으로 일한다. 매출을 숨기는 업체가 인건비를 정식으로 신고할 리 없기 때문이다. 신고되지 않는 노동은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를 만든다. 현장에서 다쳐도 산재 처리가 어렵고, 고용보험이 없으니 일이 끊기면 실업급여도 없다.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비니 노후도 위태롭다. 수십 년 기술을 쌓은 장인들이 은퇴할 때 손에 쥐는 것이 없는 구조. 그러니 젊은 사람이 이 일을 배우려 하지 않고, 기술 인력은 고령화되며, 그 공백을 숙련도 검증이 안 된 인력이 메운다. 시공 품질 하락은 그 자연스러운 결과이고, 그 결과는 다시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온다.
하도급의 먹이사슬
인테리어 공사는 겉으로는 한 업체가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정별로 여러 팀에게 쪼개져 하도급된다. 문제는 이 사슬에서 돈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다 끊기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공사비를 다 냈는데도 원청 업체가 하도급 대금을 주지 않아, 타일공이나 목수가 임금을 떼이는 일이 벌어진다. 심한 경우 대금을 못 받은 하도급 기술자가 "공사비를 못 받았다"며 소비자 집에 유치권을 주장하거나 시공을 중단해, 아무 잘못 없는 소비자가 이중으로 피해를 보기도 한다. 모든 것이 서면 없이 구두로 굴러가는 시장에서, 사슬의 가장 약한 고리가 가장 크게 다친다.
이웃과 공동체
아파트 인테리어는 남의 일이 아니다. 부실한 방수 공사는 아랫집 천장을 적시고, 무단 확장과 구조 변경은 건물 전체의 안전 문제가 된다. 소음과 분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비전문 업체의 공사는 이웃 간 분쟁의 불씨가 된다. 아파트는 한 집의 잘못된 공사가 한 동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주거 형태인데, 지금의 시장은 그 무게를 감당할 수준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07
국가가 입는 피해
— 새는 세금, 그리고 측정조차 못 하는 정부
국가가 입는 피해는 두 겹이다. 하나는 새는 세금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나 새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무증빙 거래에서 사라지는 것은 부가세만이 아니다. 매출이 사라지면 그 매출에 붙는 소득세와 법인세도 함께 사라진다. 인건비를 신고하지 않으니 4대 보험료도 걷히지 않는다. 한 건의 무증빙 공사는 부가세, 소득세, 보험료가 한꺼번에 새는 구멍이다.
규모를 어림해 보면 이렇다. 관련 사업체 6만 7,730곳 중 단 10%가 1년에 5,000만 원짜리 공사 딱 한 건씩만 신고에서 누락한다고 가정해도, 사라지는 매출 부가세만 약 339억 원이다. 이것은 확인된 탈세액이 아니라 보수적인 가정에 기반한 시나리오일 뿐이다. 실제 현장에서 무증빙 거래가 '한 건'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업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 소득세 누락과 보험료 누락까지 더하면 숫자는 훨씬 커진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이 대목이다. 정부는 이 시장에서 세금이 얼마나 걷히고 얼마나 새는지 공개 통계로 답하지 못한다. 국세청 통계는 '건설업 전체'로 뭉뚱그려져 있어서, 주택건설과 토목과 인테리어가 한 덩어리로 섞여 있다. 전국 6만 7,730개 인테리어 사업체가 얼마를 신고했는지, 현금영수증을 얼마나 발급했는지, 세무조사로 얼마를 추징당했는지는 따로 확인할 수 없다.
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실내건축·건축마무리 공사업은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이라, 10만 원 이상 현금을 받으면 소비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하고, 어기면 미발급 금액의 20%가 가산세로 부과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편의점의 10만 원짜리 거래보다 5,000만 원짜리 인테리어 공사가 더 추적되지 않는다.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법이 현장에서 '선택사항'처럼 취급되고 집행이 관행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는 세금은 결국 누군가가 메운다. 유리지갑 직장인의 원천징수 소득세, 성실 신고하는 자영업자의 세금이 그 구멍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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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시장의 무증빙 거래는, 그 자리에 없는 모든 성실 납세자의 주머니를 터는 행위이기도 하다.
08
플랫폼 시대에도
달라지지 않은 것들
"요즘은 앱으로 비교 견적 받으면 되지 않나?"라고 물을 수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이 크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플랫폼은 이 시장의 본질을 바꾸지 못했고,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문제를 얹었다.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보는 것은 시공 사진과 별점과 후기다. 그런데 그 사진이 정말 그 업체의 시공인지, 후기가 진짜 고객의 것인지 검증은 허술하다. 잘 찍은 사진과 관리된 후기가 실제 시공 능력을 대신 증명하는 시장에서, 마케팅 잘하는 업체가 시공 잘하는 업체를 이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책임 구조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중개'만 할 뿐 시공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다. 계약은 결국 소비자와 업체가 직접 맺고, 하자가 터지면 플랫폼은 뒤로 빠진다. 소비자는 플랫폼의 브랜드를 보고 신뢰했지만, 그 신뢰를 책임지는 주체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플랫폼 수수료를 떠안게 된 업체들이 그 비용을 어디서 회수하겠는가. 결국 공사비에 얹히거나, 현금거래를 더 부추기는 쪽으로 돌아온다.
플랫폼 밖이라고 나을 것도 없다. 아파트 입주 커뮤니티와 맘카페에서는 '업체 바이럴'이 후기로 위장해 돌아다니고, 공동구매 형식의 계약에서 문제가 터지면 책임 소재는 더 복잡하게 꼬인다. 정보가 많아진 것 같지만, 검증된 정보는 여전히 없다. 이것이 플랫폼 시대 인테리어 시장의 역설이다.
09
왜 이 시장은 고쳐지지 않는가
— 침묵의 공범 구조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문제가 이렇게 명백한데 왜 수십 년째 그대로인가.
답은 불편하다. 이 시장의 왜곡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무증빙 거래가 대표적이다. 업체는 세금을 아끼고, 소비자는 공사비 10%를 아낀다. 거래 당사자 둘 다 당장은 이익이다. 손해 보는 쪽은 그 자리에 없는 국가와 성실 업체다. 그러니 누구도 신고하지 않는다. 현행 단속 체계는 피해자의 신고에 기대고 있는데, 무증빙 거래에 스스로 동의한 소비자가 자기 손으로 신고할 리 없다. 하자가 터져서야 신고를 고민하지만, 그때는 이미 자기도 탈세에 가담한 셈이라 목소리가 작아진다. 완벽한 침묵의 구조다.
합법의 실익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소비자가 정직하게 현금영수증을 받으면 무엇을 얻을까. 현금영수증 소득공제는 '사용액의 30%를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공제한도 안에서 과세소득을 줄여주는 것이라, 5,500만 원짜리 공사에서 실제 아껴지는 세금은 잘해야 몇십만 원 수준이고, 이미 공제한도를 채운 사람에게는 0원이다. 무증빙이면 지금 당장 500만 원, 합법이면 몇십만 원 또는 0원. 이 압도적인 기울기 앞에서 양심에 호소하는 것은 공허하다.
정치와 행정의 무관심도 한몫한다. 이 시장의 피해는 대형 참사처럼 한 번에 터지지 않고, 전국 수십만 가구에 잘게 쪼개져 발생한다. 한 집 한 집의 피해는 뉴스가 되지 못하고, 뉴스가 되지 못하는 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6만 7천 개 영세업체가 흩어져 있는 시장은 규제하기도 어렵고, 규제를 말하면 "영세 자영업자 죽이기"라는 반발이 돌아온다. 그렇게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손대지 않는 시장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이것은 모든 인테리어 업체가 탈세범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금을 받아도 꼬박꼬박 증빙을 발급하고, 세금과 고용과 하자 책임을 성실히 지는 업체들이 분명히 있다. 문제는 그런 업체가 바보가 되는 구조다. 비판의 과녁은 개별 사장님들이 아니라, 정직을 처벌하고 탈법에 보상을 주는 시장의 규칙 그 자체다.
10
그래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단속 강화만으로는 안 된다. 수만 개 업체의 현금거래를 일일이 쫓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당사자 모두가 침묵하는 거래는 적발 자체가 어렵다. 도덕적 호소만으로도 안 된다. 500만 원의 즉시 이익 앞에서 양심은 너무 자주 진다.
답은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거래를 처음부터 투명하게 만들고, 합법을 선택하는 쪽이 실제로 이득을 보게 만드는 것.
1 표준전자계약 의무화
일정 금액 이상의 주거 인테리어 공사에는 표준전자계약을 의무화해야 한다. 공사 범위, 자재의 제조사와 등급, 공사 기간, 추가비용 발생 기준, 변경 시 합의 절차, 하자보수 기간이 빠짐없이 기록되는 계약서다. 종이 계약서가 아니라 전자 시스템에 남는 계약이어야 '계약서를 안 쓰는 관행' 자체를 끊을 수 있다.
2 사업용 계좌·안전결제 확산
공사대금은 등록된 사업용 계좌로만 받게 하거나, 에스크로처럼 공정 진행에 따라 대금이 지급되는 안전결제를 확산시켜야 한다. 개인 계좌로 수천만 원이 오가는 관행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매출 누락의 상당 부분이 어려워지고, 먹튀와 대금 분쟁도 줄어든다.
3 합법 거래에 실질적 세제 혜택
합법 거래에 실질적인 당근을 줘야 한다. 표준계약과 적법한 증빙을 갖춘 인테리어 비용에 대해, 기존 카드공제 한도와 분리된 별도의 세액공제나 환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증빙의 이익이 500만 원인데 합법의 혜택이 0원인 기울기를 바로잡지 않으면, 어떤 캠페인도 시장을 바꾸지 못한다.
4 인테리어 세부 업종 통계 공개
국세청은 인테리어 세부 업종의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 사업자 수, 신고 매출, 현금영수증 발급액, 미발급 제재와 추징 실적. 문제의 크기를 측정하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다. 측정되지 않는 문제는 관리되지 않는다.
5 하자보수 보증보험 도입
하자보수를 실제로 보장할 장치가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 공사에 하자보수 보증보험 가입을 유도하거나 의무화해서, 업체가 폐업해도 소비자가 보상받을 길을 열어야 한다. 폐업이 책임 회피의 수단이 되는 한, 이 시장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
에필로그
다시, 그 부부의 집 앞에서
글머리의 그 부부에게 돌아간다. 그들이 특별히 어리석었을까. 아니다. 그들은 이 시장이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 놓은 규칙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업체가 먼저 권했고, 주변 모두가 "원래 다 그렇게 해"라고 말했고, 합법적으로 거래할 때 얻는 것은 거의 없었다.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구조의 강요였다.
대한민국에서 집은 한 가족의 전 재산이다. 그 전 재산에 손을 대는 공사가, 계약서도 영수증도 없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의해, 국가의 시야 바깥에서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는 권리를 증명할 수단을 잃고, 정직한 업체는 시장에서 밀려나고, 현장 기술자는 보험 없는 노동으로 내몰리고, 국가는 세금을 잃으면서 그 규모조차 모른다. 한 장의 사라진 영수증에서 시작된 피해가 이렇게 사회 전체로 번진다.
당신의 집은, 그리고 당신의 권리는, 영수증 한 장보다 훨씬 무겁다
인테리어 시장의 경쟁 기준은 '누가 세금을 잘 숨기느냐'가 아니라 '누가 좋은 공사를 책임 있게 하느냐'여야 한다. "부가세 빼드릴게요"라는 제안과 "영수증 필요 없으니 깎아주세요"라는 요구가 함께 사라지는 날, 그때 비로소 이 시장은 시장다워질 것이다.
이 글은 공개된 정부 통계와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는 거래 관행을 토대로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한 것이며, 특정 업체나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인용된 수치 중 일부(339억 원 등)는 확인된 탈세액이 아니라 가정에 기반한 시나리오임을 밝힙니다.